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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이승기와 한교원이라는 공기

title: 엠블럼1507261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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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 선수에게는

큰 관점에서 세 가지의 역량이 연관되어 있다.


1. 팀을 승리로 이끄는 실력

2. 팬 프렌들리한 자세

3. 스토리


그리고, 선수가 팬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1번의 필수조건에 플러스 알파로 2번 혹은 3번,

최소 두 가지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실력이 뛰어나면서 팬에게 잘하거나,

드라마와 같은 스토리가 있는 선수가 잘하거나.

혹은 세 가지를 모두 갖췄거나.


계속된 불운으로 월드컵 문턱에서 좌절,

영국 리그에 진출했지만 좌절,

모두에게 퇴물이라고 조롱받으며 은퇴를 바라보던 한 선수가

대한민국 작은 지방에서 은인을 만나

그로부터 12년 간 리그를 씹어먹으며 트로피를 쓸어담고,

대한민국 최고의 대기업 회장이 직접 비를 맞으며 은퇴식을 축하해주는 장면.

스토리가 있는 선수가 실력이 뛰어난 경우이다.


골을 넣었다 하면 인스타 스토리에 오바로크가 박힐 정도로 팬들과 소통하고,

팬들의 사소한 DM도 꾸준히 답장해주고,

명단에 들지 않은 날은 직접 메가폰을 잡고 응원단장을 자처하는,

팬들에게 보답할 줄 아는 실력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오늘 이 글의 주인공인 이승기와 한교원은 어떤 유형인가.

이들은 내가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1번 필수조건만 충족한 선수로 판단된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하는 건, 

2번의 팬 프렌들리한 자세라는 게 단순히 사인해주고 사진 찍어주고 인사 잘 받아주고

이런 것들을 뜻하는 건 아니다. 이런 것들은 사실 전북 선수들에게는 기본값이다.

그냥 당연히 해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팬 프렌들리는

때로는 자신을 노출시키면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어떨 때는 아주 밀접하게 소통하면서(DM 등)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과 추억을 남겨주면서,

점점 자신의 팬층을 두껍게 만드는 것. 

민혁이처럼 즐거운 세리머니와 팬들을 위한 과감한 헤어스타일 등이 좋은 예시 되겠다.

이런 것들이라고 할 때


승기와 교원은, 긴말할 필요 없이,

교원은 그 흔한 인스타도 하는지 안하는지도 모르겠고,

승기는 인스타 하기는 하는데 진짜 그냥 자기 SNS 하는 애 같고.

머리스타일은 어찌나 수수한지 근본들이 넘쳐 흐르고,

세리머니는 어휴.. 얼마나 심했으면 멋없기로 유명해져버렸다.

구단이나 코치진과의 신경전이나 불화 등 노이즈마케팅은 생각도 못한다.

전북의 생활에 아주 만족한다고 하더라.

확실한 건 두 선수는 셀프 마케팅으로서는 아주 낙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봉꿀 사건은 차치한다.^^;;)


뇌피셜을 살짝 끼얹자면,

아마도 이들은 그러한 외적 활동이 경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선수라면 경기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해서 자제하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성향으로 따지면, 나는 아주 지극히 평균적인 전북팬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극장골을 넣는다고 했을 때 그 주인공이

승기나 교원보다는 

구스타보나 김승대나 백승호나 이주용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승기와 교원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

뭔가 더 아픈 손가락들이 있다.

결국 2, 3번의 조건을 채운 선수들에게 마음이 더 간다.

나랑 같은 생각하는 사람 많을걸?

유니폼 판매량 통계를 보면 이 가설이 어느정도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프로 스포츠 선수로서의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프로 스포츠 선수의 가장 큰 덕목인

성실한 자기관리를 기반으로 한 꾸준한 활약을 매우 잘 해줬기 때문이다.


드라마같은 기승전결, 희노애락 없이 

한마디로 공기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골과 어시를 기록해주면 너무 신나고 고마운데,

그냥 그게 매년 발생하는 일이 돼버렸다.



아.무.튼.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이들의 활약이

거의 뭐, 고스트 클로킹에 버금가는

'든 자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든 자리는 사람들이 잘 모른다.

그냥 평생 있을 것만 같다고, 아주 심하게 착각한다.

필요할 때 두 골씩, 혹은 1골 1어시씩 박아주고,

FA컵 결승도 가뿐하게 두 골 넣어주고,

이런 것들이 엄청 고맙지만

진절머리나게 고맙지는 않게 된다.

사람인지라 매년 받는 선물이다보니 어느정도 당연시하게 되는 것이다.


한번쯤 이런 망상 해보지 않았나?

만약 갑자기 지구에 공기가 없어진다면? 5분 내로 모두 죽겠지?라고.

그렇지만 뭐 있을리 없는 일이니 괜찮아~ 하면서 망상을 끝낸다.


하지만,

이들의 부재는 가까운 미래이다.

몇 년 후가 될지 모르겠지만, 선수로서 이들은 우리를 떠날 것이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곧 다가올 미래가 너무나 두려워졌다.



슬픈 결론이지만

이들의 스토리는, 

이들이 떠난 후 만들어질 것이다.

그들의 '난 자리'가 운석이 추락한 흔적만큼이나

휑하게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그 때부터 사람들은 이들을 미친듯이 그리워할 것이다.


나는 벌써부터 무섭다. 이 둘의 '난 자리'가.


그래서 그 어떤 선수보다도 더 고마운 

이들의 멋없는 헤어스타일과 멋없는 세리머니를

좀 더 의식적으로 사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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