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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장문 주의) 오늘은 천안함 11주기입니다.

No.3김민재 title: 구스타보NO.9No.3김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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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주 방문하고 주기적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가 여기뿐이라,

구단 관련 소식도 아니고 어쩌면 정치적으로 예민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일단 싸지르겠습니다.

11년 전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9시 30분 사이에, PCC-772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에 피격되어 침몰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작년까지는 기사도 많이 나오고 추모식도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코로나때문인지 잠잠하네요.

항상 잊고있다가 매년 이맘때 쯤이 되면 그 날이 생생하게 기억나서, 그냥 일기장처럼 의식의 흐름대로 써봅니다.


제게 천안함 사건은 다른 분들보다 좀 더 특별합니다.

저는 11년전 그 날, 점심시간쯤인 이 시간에 흑산도 앞바다에 있었습니다.

저는 해군 병 563기로 2010년 1월 11일에 입대를 하여, 8주간의 훈련과 교육을 받고 PCC-765 여수함에 배치를 받아

첫 출동을 나간 상태였고, 승조원 인원 부족으로 3직제가 아닌 2직제(하루 12시간 당직)로 견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 이 시간에는 슬슬 일어나서 준비하고 점심을 먹고 당직교대를 할 시간이네요.

견시역할은 함교 외부에서 항해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의 방위, 거리를 보고하는 역할입니다.

함교 내부에 해도(해상 전자 지도)가 보이고, 흑산도가 보이고.. 뭐 평화롭고 바다짠내나는 하루였습니다.

6시정도 되면 제 동기가 저녁을 먹고 교대를 해주러 옵니다.

내려가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청소하고 일찍 잠에 듭니다. 밤 12시부터 아침식사 이후 교대 전까진 또 견시당직을 서야하니까요.

그 날 저녁, 잠에 든지 얼마 안됐을 때 쯤 가스터빈을 트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가스터빈은 일반 항해보다 함정의 속도를 빠르게 운영하기 위한 일종의 부스터 기능입니다ㅋㅋ 엔진이 개빨리 떨어져서 몇시간 못써요ㅠㅠ

위층에서 장교들인지 누군진 모르겠지만 발소리도 들리고, 어수선했으나 저는 새벽당직을 위해 일단 자야하니까 그 상태로 다시 잠들었습니다.

12시에 눈을 뜨고 일어나 비몽사몽으로 함교로 올라갑니다. 어? 함교에 함장님이 계시네요? 이 시간에..?

함장님이 계시면 유독 분위기가 딱딱하고 긴장되는 그런 분위기 아시죠? 전형적인 그런 분위기같았습니다.

교대보고를 하고 견시대로 나가려는데, 해도를 보니 뭔가 위치가 달라진게 눈에 들어왔습니다만, 뭐지... 하고 그냥 당직하러 나갔습니다.

한 30분정도 후 함장님이 내려가시고, 당시 포술장님이 나와서 담담하게 말씀하시던게 그 말투 하나하나까지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XX야, 어 오늘 저녁에.. 잠수함이 하나 내려와서 어뢰를 쏴서 배가 하나가 침몰했어. 그니까 오늘은 좀 더 잘봐야해.

 그... 잠수함 잠망경 있지? 그게 볼록 올라오거나 물 안에서 물거품같은게 보이면 바로 말해야해. 알았지?

 아 저기 왼쪽에 보이는게 대청도고~ 저게 소청도야~ 저~기 멀리 보이는 불빛은 북한이야. 처음보지? 어 고생하고, 춥진 않지? 고생해~"

솔직히 이걸 듣고 아무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게 와닿지도 않았고 얼마나 큰 사고인지도 알 수도 없을 때였으니까요.

다만, 북한 땅 불빛이 왜 보이지? 이 생각에 그냥 신기함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평화로운(?) 야간당직이 지나고, 아침식사 후 다시 잠들고, 또 점심먹으려 인납니다.

다들 바쁠텐데 27일 그 날은 승조원식당에 사람이 유독 많았습니다. 정확히는 함정 내에 단 하나뿐인 식당에 있는 TV를 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천안함이... 피격되어... 잘 기억도 안납니다. 비몽사몽으로 밥을 입에 우겨넣으면서 '어.. 어제 그 얘긴가보네.. 뉴스 되게 크게나온다..' 뿐입니다.

그리고나서 당직교대를 하러 올라갔는데, 어제 점심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습니다.

내가 신는 보급화, 활동복, 우리 모자, 구명조끼.. 저희 배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바다를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때의 소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창문 너머로 함장님이 실종자 명단을 들고오시는 것도 보고...

그 뒤로는 뭐... 수시로 실전 전투배치도 하고, 해상 유류수급도 3~4일마다 한번씩 수행하고,

수색하다 전복된 민간어선의 선원도 발견하고(물론 해경에서 모셔갔습니다.) 뉴스에 함수/함미 인양한거 눈 앞에서도 보고...

5월 2일에 처음 평택항에서 내려서 부모님한테 전화하고, 5월 8일 첫 휴가를 나갔네요.

제가 어디에 배치받았다는 얘기도 없어서 부모님이 몇일 간  굉장히 힘들었다고 합니다.

두번째 휴가 때는 대전 추모원에 방문해서 제 옆소대 동기였던 고 장철희 일병도 보러 갔었고...

일병 말쯤엔 제주도에서 침몰한 참수리 작업을 나갔는데, 고등학교 동문이 그 곳에서 사망했다는 얘기도 듣고...

전역 전 한달인가? 전 쯤에는 김정일이 사망했다고도 하고... 아무튼 다사다난했습니다.

아,  전역한지 얼마 안돼서 전북대 앞에 챔피언통신 방문했다가 직원분이 당시 천안함 생존자였다고,

차 트렁크에서 46용사 현수막 꺼내서 보여주시기도 했고...


원래는 천안함 침몰 이후 얘기를 좀 더 길게 늘어놓고싶었는데, 너무 얘기가 너무 기네요ㅋㅋㅋ

한 5~6년 전까지는 이런 얘기하면서 눈물도 보이고 울컥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담담하네요.

쓰고보니 별 내용이 없네요ㅋㅋ 그 때는 굉장히 힘들고 자잘한 일도 많았는데ㅋㅋㅋ 그래도 일단 썼으니 작성완료는 해놓겠습니다.

혹시나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이 있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정치성향이나 음모론을 떠나서 천안함 생존자와 사망자들을 위해 추모한번씩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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