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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분석 김상식 체제에서 전북의 9가지 문제

Pyy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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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척추가 무너져 있다.


 전북의 후방에서의 문제점은 선수 개인이나 포지셔닝 같은 국지적인 문제가 아닌, 보다 큰 그림에서의 복합적인 문제로 봐야 옳습니다. 빌드업의 시작이 되는 지역에서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 하며 동시에 수비도 좋지 못 합니다. 이에 가장 알기 쉬운 원인으로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현재 류재문과 최영준이 서로 상호보완하며 3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두 선수 모두 이 자리가 전문직인 선수들이 아닙니다. 그저 그 자리에서 뛸 수 있다 뿐이지 엄밀히 말해 어울리지 않는 옷입니다. 특히 최영준은 류재문 보다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데 오로지 수비력만 보고 3선으로 내려가 있기 때문에 최영준이 갖지 못한 볼키핑 능력과 위치선정에서 포괄적인 문제가 야기 됩니다.


 수비시  4-4-2를 고집하는 전북은 상대 팀에게 매우 쉬운 공략 대상이 됩니다. 상대 선수들이 측면으로 이동 할 때 풀백이나 센터백이 끌려갈 경우, 3선의 미드필더들이 빈 자리를 메우거나 혹은 지원을 가야 하는 과정에서 옳바른 선택을 내리지 못 합니다. 하여 동일한 숫자로 측면에서 붙었을 때 쉽게 벗겨지고 이것이 몇 번 반복 되다보면 후방 전역에 걸쳐 피로감이 누적되게 됩니다.


 불안정한 수비 조합에서 센터백은 넓게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3선에서 측면과 센터백을 보호해 주지 못하면 센터백은 후방에 머물게 되고 이는 풀백이 위 아래로 뛰어야 할 영역이 넓어짐을 의미하게 됩니다. 


 경기에서 질 때 마다 범인으로 쉬이 풀백이 지목 되곤 하는데 이는 공평한 평가라 보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현 전북에서 풀백이 뛰어야 할 영역은 비정상적으로 넓고 옳바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는 공격 시에도 문제가 됩니다.




2. 후방 빌드업의 목적의식 결여


 후방 빌드업은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를 주력으로 삼아 전방으로 볼을 운반하는 것을 지칭하는 게 아닌, 우리 진영에서 상대 진영으로 볼을 전달하는 모든 행위라고 정의해야 맞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후방에서 직선적인 롱볼로 타게터에게 볼을 뿌리는 게 물론 시대착오적인 전술일 순 있지만 그것을 빌드업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건 옳지 않다 생각하기 때문 입니다.


 그러나 전북에서 자주 보여주는 롱볼은 그 어떤 목적의식을 갖고 수행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이것은 그 어떤 지루한 작업처럼 보이기도 하고 타성에 젖은 무언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또한 3선에서 문제가 센터백과 풀백 전역으로 퍼진 복합적인 결과물 입니다. 


 최영준이 3선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듯이 류재문 또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영준 보다는 볼을 받고 뿌리는 과정이 매끄럽기에 볼을 순환한다는 목적은 달성 할 수 있지만 3선에서 공격 방향을 설계 한다던지 들어오는 압박을 개인능력이나 전술적으로 풀어낸다던지 하는 건 역시 미흡합니다.  그렇기에 후방 전역에 걸쳐 라인을 쉽게 올리지 못하게 되며 공격시 풀백이 볼을 받는 위치는 기이할 정도로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되게 됩니다. 


 대표팀에서의 이용과 소속팀에서의 이용을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대표팀에서는 후방 빌드업 시 두 센터백이 좌우로 벌리고 그 가운데를 정우영이 들어가 포지션을 잡습니다. 이 때 양 풀백은 아주 높은 지역까지 올라가게 되는데 때로는 정우영이, 때로는 해당 측면의 센터백이 직접 볼을 몰고 올라가 풀백들에게 전달 합니다. 이용이 높은 위치에서 볼을 받는 다는 건 공격시 부담해야 하는 동선이 비약적으로 줄었다는 뜻 입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말해 보지만 전북에서 풀백이 부진하다고 욕하는 건 조금 공정하지 않습니다.


 3선 미드필더들에게 볼컨트롤과 드리블 능력이 요구 되는 건 현대 축구의 흐름입니다. 제 자리에 서서 정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선수에게 패스만으로 볼을 전달해 주는 편리한 축구는 없습니다. 압박을 이겨내고 벗겨내서 어느 정도 전진한 다음 볼을 뿌려줘야 합니다. 국대에서 정우영은 이게 되는 선수 입니다. 물론 국제적인 레벨에서는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그럼에도 팀에서는 중추적인 선수입니다.


 결국 소속팀에서는 이게 왜 안 되는 걸까요.  상술 했듯이 후방 전역에 걸친 문제점은 복합적인 결과물 입니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것도 문제며 동시에 센터백들의 퀄리티도 문제가 됩니다. 풀백에게서 책임론을 과중해선 안 된다고 했지만 결국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리면 풀백 또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감독과 코치진 또한 복합적인 문제의 원인 중 하나 입니다. 사실 그 어떤 문제보다 큰 원인이라고 해도 무방 할 것 입니다.



3. 중원에서 베스트라고 할 수 있는 조합이 안 나온다.


 중원을 이루는 삼각형에서  백승호, 이승기가 링커처럼 중앙에서 위아래로 오고가고 최영준과 류재문이 후방에서 합을 맞추고 쿠니모토와 김보경이 전방에서 볼을 전개하고 측면으로 돌아 뛰어 들어가는 역할을 수행하는 게 기본적인 골격 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조합을 짜도 공수 양면에 걸쳐 만족스러운 조합이 없습니다. 애초에 3선을 전문적으로 보는 카드가 없으니 당연한 결과 입니다. 종종 백승호가 3선으로 내려가곤 하는데 마찬가지로 어울리는 옷이 아닙니다. 결국 미드필더진들은 서로에게 서로가 조금씩 부담을 나눠주며 이는 계속해서 안 좋은 쪽으로 손발이 맞게 됩니다.


 김보경 같은 경우에는 수비에서 역할을 배제해 줘야 활약 할 수 있는 선수 입니다. 물론 내려와서 볼을 받아 순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김보경의 장기가 아니고 맞는 옷도 아닙니다. 마지막 아챔에서 이승기 역할을 김보경이 수행 했을 때 얼마나 처참한 결과물이 나왔는지 비교적 최근 일이니 기억들 하실 겁니다. 김보경이 활약하기 위해선 최대한 파이널 서드에서 볼을 받게 해줘야 하고 부족한 기동력을 풀백들이 올라와서 보완해 줘야 합니다. 울산에서 미친 활약을 했던 김보경이 전북에 와서 미온적인 활약을 하는 건 개인의 문제라 보기 어렵습니다.


 그럼 팀이 김보경에게 맞춰 줘야 할까요? 그건 누가 뭐라 할 수 없는 감독 고유의 영역 입니다. 다만 확실한 건 자의적으로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게 전북의 세태라는 점 입니다.



4. 손준호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었다. 


 모라이스 체제에서 손준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손준호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닙니다. 그저 그의 다재다능함에 기댔을 뿐이지 그가 성공적인 포지션 변경을 이뤘다고 봐선 안 될 겁니다. 


  대표적인 예로 벤투는 결코 손준호를 3선에 혼자 세우지 않을 겁니다. 국대에서 원두재랑 비슷한 경우라고 보면 됩니다. 패스도 준수하고 수비력도 되고 포지션도 좋지만 근본적으로는 전문직이 아니기에 원볼란치로 섰을 때 이런 저런 문제점이 야기가 됩니다. 벤투가 대표팀에서 원두재를 센터백으로 쓰는 이유가 결국 이러한 연유입니다. 소속팀에서도 박용우가 입대하고 한동안 원두재의 폼이 내려갔던 것도 이것의 연장선이 됩니다.


 이야기를 되돌려 손준호가 MVP를 받던 시즌에서도 전북은 공수 양면으로 답답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수비형 미드필더에 대한 문제가 비교적 최근 일이 아니라는 점 입니다. 모라이스 체제에서 김상식은 코치직을 수행 했고 감독이 된 지금까지 이 문제점은 쭉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코치 시절에는 권한이 없었지만 전권을 받은 감독이 된 지금 김상식 감독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하려고 했을까요.




5. 센터백 역시 퀄리티가 떨어진다.


 케이크를 리그 일정만큼 나눠서 잘라 놓았을 때, 우승을 위해서 모든 케이크를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기도 하고요.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케이크를 선택해 먹기 위해서는 수비력이 안정 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시기는 김민재가 있을 때 였습니다. 


 센터백의 기준을 홍정호를 맥시멈으로 잡아선 안 됩니다. 동등하거나 보다 더 뛰어난 센터백이 후방을 지켜 줘야 하고 3선과 측면 전역에 걸쳐 영향을 끼쳐 줘야 이 고질적인 문제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상론 입니다. 말로는 그 어떤 스쿼드도 읊조리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전북의 목적이 리그가 아니라 국제 무대에 있다면 이것은 자명한 사실이 됩니다.




6. 팀의 문제점을 인지 할고 수정 할 수 있는 '기술적 분야'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최강희 감독 체제에서는 감독이 이런 기술적인 영역까지 망라하여 팀을 관리 했습니다. 최강희 체제에선 성공도 있었지만 분명 실패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결국 알아서 수습하겠거니 믿을 수 있었고 실제로 대부분의 문제를 최강희 감독이 도맡아 처리하곤 했었습니다. 


 최강희 감독이야기는 차치하고 그가 떠난 뒤에 새 감독들이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접근하지 못 한다면 프론트가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는 벌써 몇 년이나 이어져 온 문제 중 하나이고 이것은 여전히 미온적인 입장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게 실망스러운 이야기 입니다. 


 결국 팀 프로젝트에 대해 의심을 안 할 수가 없게 됩니다. 프론트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원하는 코치진까지 구성한 '팀 김상식'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고개가 저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 합니다.

 물론 영입 시장에서 프론트가 보여주는 능력은 여전히 전무후무 합니다. 그러나 결과물이 원하는 만큼 안 나온다면 어디선가 재점검을 해야 할 영역이 있다는 뜻이 될 겁니다.





7. 아무리 좋게 생각 하려고 해도 스트라이커에 용병 카드 두 장을 쓴 건 납득이 안 된다.


 고질적인 후방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비형 미드필더나 센터백에 용병 카드를 할애하는 것 입니다. 국내에서 데려 올 수 있는 선수도 몇 없거니와 데려 올 수도 없는 게 사실 입니다. 로페즈와 레오가 휘젓던 그 때 처럼 오롯이 공격진에 용병 카드를 사용했던 시절이 낭만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처한 후방의 문제는 작금의 현실 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할 시기에 일류첸코를 데려온 건 감독 입니다. 이는 구스타보를 중용해야 한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효율의 문제 입니다. 정말로 용병 카드를 두 장이나 톱에 써야 김상식 감독의 전술이 완성 될 수 있었을까요. 보다 급한 포지션이 있지 않았을 까요.


언제부터인가 꼭 필요한 자원을 영입 한다는 쪽 보단 네임밸류만으로 선수를 데려온다는 인상이 생기는 게 아주 비약이 심한 말은 아닐 거라 생각 합니다.




8. 후방 문제는 결국 공격력 저하에도 영향을 끼친다.


 위에서 김보경에 대해 이야기 했듯이 공격진 전역에 걸쳐 비슷한 문제가 노출 됩니다. 뒤에서 볼이 오지 않으니 볼을 받으려 선수들이 내려가기 시작하고 역습 상황에서 동선과 인원은 효율적이지 못해, 달려야 할 때 지공으로 천천히 볼을 돌리는 걸 몇 번이고 봐왔을 겁니다.


 왜 우리 팀에서 나간 공격수들이 다른 팀들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까요. 우리 팀에선 너무 허들이 높았고 다른 팀에선 꼭 맞는 옷을 입어서 그럴까요? 




9. 선수에게 전북 이라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 한다.


 지금 전북은 좋은 직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 최강희 감독 땐 감독 자체가 아이덴티티였지만 현재로선 이것이 전북 축구다, 라고 할 수 있는 정수가 없는 게 사실 입니다. 더 이상 영입 시장에서 독주할 수 없는 시대, 울산이 확실히 많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이것은 장기적인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끼칠 요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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