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권경원을 위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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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원.
참 희한한 이적이었다.
팬들은 서운해서인지,
누군가는 욕을 했고, 누군가는 애써 쿨한 척 했고, 애써 외면했다.
마음이 아팠다.
권경원을 비난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욕하는 팬의 마음이 이해가 됐기에 더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비록 6개월이라는 짧은 계약이지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시아 최고의 구단이자
어마어마한 인프라를 갖고 있으며,
연봉테이블 역시 국내 최고 수준,
원하는 해외진출을 막지 않는 구단의 기조,
그리고 유스부터 자신을 사랑해준 수많은 팬들이 있는 구단
이 아닌
열악한 시민구단
순위는 강등권
연봉은 오로지 국민의 세금으로만,
확실친 않지만 구단주 리스크까지
갖고 있는 구단을 선택한 권경원.
며칠 전
전북전이 끝난 뒤의 기자회견에서,
성남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김남일 감독이 그냥 좋았어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진짜 저 이유가 맞는 것 같다고.
성남과 계약한 여러 이유들이 무성하게 나돌았지만
오롯이 김남일을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팀으로서 성남과 전북을 비교한 권경원의 입장이 되어보자.
전북에 오지 않을 이유가 1도 없다.
혹자는 해외진출을 위해 6개월 단기계약이 가능한 성남에 간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 구단이 해외진출을 막는 구단도 아니고
그런 지엽적인 이유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선택을 하기에는 강등이라는 리스크가 훨씬 더 크다.
2부로 떨어지면, 해외진출은 더 어려워지고
K리그1 구단으로의 이적을 할 때도 몸값이 많이 떨어지게 되는데?
단순 나상호의 사례만 보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거야"라고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즉, 권경원의 선택은 합리적이지 않았고, 본인을 위한 최선의 선택도 아니었다.
철저하게 비즈니스로만 움직이는 시장이었다면,
터무니없는 선택이었다.
그럼, 내 맘대로 내린 결론은 무엇인가?
권경원은 자신의 은인인 김남일을 돕기 위해 성남에 간 것이다.
그 이유 뿐이다.
그래서 나는 권경원이 참 고맙다.
힘들 때 도와준 은인을 잊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은혜를 갚기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낭만과 의리, 훌륭한 인성을 가진 국가대표 센터백으로 자라줘서,
온갖 통수와 배신이 난무하는 이 시장에서
우리 유스가 이렇게 실력도 인성도 훌륭한 축구선수로 자라줘서.
그리고 그 인연 역시 전북에서 쌓은 인연이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굳이 여기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많은 전북팬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권경원 선수가 이 글을 보고, 여전히 팬들은 권씨앗 권거목을 많이 아낀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