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경기 후기.
올시즌 경기들 중 이렇게 컨셉 명확한 경기가 있었나 싶다.
전술적으로 전개도 못 시키면서 어설프게 라인 땡긴채 개로우 템포로 볼이나 돌리는 허리 절단 축구만 하다가
그런 뻘짓 깔끔하게 버리고 라인 내리고 공간 잡고 수비하다 탈취 하면 가능한 빠른 전개 시도 하고 다시 내려오고.
진짜 올시즌 경기 중에 거의 유일하게 명확한 컨셉 가진 경기가 아니었나 싶어서 매우 만족.
이장 때랑 다르게 라인만 올렸지 앞 선에서 압박 및 저지선 형성을 전혀 못해줬기 때문에
그 어설픈 전진 라인 하나만 따이면 바로 절단된 허리 백포 앞 허허벌판으로 전진-전개를 허용하던게 우리였는데
오늘 누구 입김으로 이런 판단을 했는지는 몰라도 아주 마음에 드는 판짜기 였음.
이게 기존 경기들 하고 확연한 차이점이 뭐냐면 기존 경기들의 경우 득점을 하더라도
라인은 거의 땡겨진 상태를 유지하면서 템포만 질질 끌어서 애들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게 만들었는데
오늘은 과감한 얼리크로스가 행운의 득점으로 연결된게 극초반임에도 수비 상황에서 라인을 내리고 두줄을 잡았다는거.
거기에 전반 막판 범근이가 선방해주면서 버텨준게 진짜 너무 컸다고 생각함.
사실 나는 경기 시작 전부터 이 경기 설사 우리가 올시즌 다른 경기들처럼 꾸역꾸역 승리한다 하더라도
그런 경기력으론 향후 시즌 잔여 경기에서 우리가 울산보다 승점 드랍을 더 할거고 fa컵도 승산이 없을거라 봤는데
오늘 경기 보고 리그는 여전히 울산이 페이스 잃지 않는 이상 힘들겠지만 fa컵은 진짜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래 씨발 우리 애들이 어떤 애들인데. 우리팀 오는 애들이면 웬만해선 다 동포지션 리그 탑 찍고 오는 애들이야.
오늘 우리 애들 봐바. 큰 틀의 컨셉이라도 명확하게 잡아주니까 그 틀 안에서 롤 수행 기본빵 이상은 다 해주잖아.
세부적인 전술 따위는 이제 바라지도 않고, 제발 오늘처럼 큰 틀에서 컨셉만이라도 잡아줬으면 좋겠다 싶음.
오늘 경기만 해도 세부적인 플레이들은 여전히 미스 나는 경우가 너무 많았지만 오히려 역으로 그게 긍정적으로 보이더라.
저렇게 합 안 맞아서 찬스 무산되고 볼로스 나와도 틀 잡아주니까 지난 경기들처럼 애들이 각자 표류 하는게 아니라
틀 안에서 자기 롤 수행하면서 전체적인 컨셉 유지해주고, 어떻게든 개인 능력으로 상황까지 만들고 메이드 하잖아.
근데 저런 애들이 다음 시즌에 감독 잘 만나서 합이 맞춰진다고 생각해봐.
하.. 빤쓰가 축축해져버릴것 같다..